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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 Yu Seung

(Korean)

 우리나라 작가들의 풍경화 대다수는 낮 시간대에 집중하는 경향이다. 아침이나 혹은 저녁 시간대에 비해 낮 시간대의 작품이 현저히 적다. 인상파 미학을 추종하는 작품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시간에 일어나는, 태양과 대기가 만들어내는 신비스러운 빛의 향연을 보지 못했거나, 설령 보았다고 하더라고 그로부터 특별한 미적 감흥을 느끼지 못한 탓일 수 있다. 일출과 일몰은 하늘에 현란한 색깔을 펼쳐놓는 반면에 지상풍경은 어둡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자연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풍경화 작가들로서는 그 어두운 지상풍경을 감당하기 어려워 모든 물상의 형태 및 색깔이 명료하게 드러나는 낮 시간대에 한정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통영에 살고 있는 서유승은 일출과 일몰이 만들어내는 빛과 색채의 마술을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아주 특별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미항으로 찬미되는 통영의 아름다운 일몰을 수시로 보고 있기에 그렇다. 통영대교와 운하교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통영항의 저녁놀은 비길 데 없이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그가 아니더라도 화가라면 응당 그 저녁놀의 아름다움에 현혹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미적 감수성은 이처럼 통영만이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적인 요소에 의해 길들여졌음을 짐작케 한다. 지금처럼 번잡하지 않은 옛 통영에서 꿈 많은 유소년 시절에 체감한 미적 감수성이 오늘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유소년 시절의 일상, 즉 소소한 추억이야말로 미적 감수성을 살찌운 직접적인 요인이었으리라. 추억의 창고 속에 차곡차곡 쟁여둔 어린 시절의 통영은 어항으로서의 본연의 모습 그대로일 터이니, 그 아련한 이미지를 오늘의 풍경에 오버랩시킴으로써 그만의 통영풍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리라.

 그의 작품에 표현되고 있는 풍부한 서정적인 이미지에는 그리움 같은 정서가 아지랑이처럼 어른거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근래의 작품에서 보이는 서정적인 풍경에는 현실로부터 먼 지나간 그 어느 시간대처럼 비현실성이 깃들이고 있는 까닭이다. 형태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고 그 전체적인 이미지에 비중을 두는 탓일 수도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비현실성이란 현실과 완전히 차단된 풍경이라는 뜻이 아니라, 사실성이 감소하고 있다는 정도의 의미이다. 현실 풍경임에도 형태를 재해석하여 회화적인 이미지로 변환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환상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기에 그렇다.

 

 그의 풍경화는 통영일대의 풍경이 주류를 이룬다. 더러는 남해대교와 같은 통영을 벗어난 교외의 풍경이 있는가 하면 한라산 및 제주도 풍경이나 섬진강 풍경도 함께 한다. 통영풍경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고향으로서의 통영에 대한 애착 때문일까. 물론 통영 화가이니 고향에 대한 사랑은 당연하겠으나, 그보다는 통영 자체의 풍경이 회화적인 소재로서의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어 아주 매력적이라는데 더 큰 이유가 있지 않을까싶다.

 다시 말해 평지에서 보면 어느 어항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항구를 감싸 안는 듯싶은 크고 작은 산이나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놀랄 만큼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바다와 산과 섬, 그리고 어항이 한데 어우러져 지어내는 풍경은 통영을 ‘한국의 나폴리’로 부르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통영은 섬과 어항 그리고 산이 한데 어우러지는 독특한 풍광을 가지고 있다. 거친 파도를 피하기 위한, 만곡형의 지형적인 특징을 가진 일반적인 어항의 지리적 요건과 다르지 않으나, 섬과 육지를 잇는 다리가 한 눈에 들어오는 부감구도는 가히 바다풍경의 백미라고 할만하다. 섬들이 겹겹이 에워싸는 통영은 그야말로 바다풍경의 보고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주변 언덕이나 산에 오르면 어디서든지 어항을 내려다볼 수 있는 부감구도의 입체적인 풍경은 통영이외에는 보기 어려운 정경이다. 이는 평지에서 바라보는 일반적인 수평구도의 풍경과는 확연히 다른 풍부한 조형미를 구현할 수 있는 요건이다.

 

 그는 부감구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러기에 풍경이 입체적으로 보일뿐더러 공간적인 깊이, 즉 심도가 남다르게 보인다. 수평구도의 경우에는 앞에 놓인 풍경만을 볼 수 있을 뿐이지만 부감구도는 뒤쪽으로 전개되는 풍경까지 아우르게 된다. 그의 작품에서 항공사진을 보는 듯이 통영의 전모가 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시야를 확장케 하고 감정을 해방시킨다. 시각적인 개방감을 가져오는 부감구도로서의 미적인 요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이렇듯이 그는 통영이라는 어항 특유의 지형적인 특징을 부각시키면서 서정성을 가미하고 아름다운 색채이미지를 덧붙임으로써 회화적인 환상을 불러들인다. 실재하는 풍경에 대한 조형적인 해석이라는 문제에서는 주관적인 미적 감각에 치중한다. 일출과 일몰 시간대의 풍경이 많은 것은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감정을 흔드는 호소력, 즉 정서적인 부분에 비중을 두려는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 재현적인 묘사라는 틀에서 벗어나 감정표현을 중시하는 것이다.

 감각적이고 빠른 터치를 구사하는 것은 감정의 흐름을 그대로 노출시키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형태묘사에 치중하다보면 감정의 흐름을 놓치기 십상이다. 따라서 풍경과 마주했을 때 일어나는 미적 감흥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감각적이고 빠른 붓놀림이 요구되는 것이다. 보이는 것과 더불어 표현감정을 생생히 드러냄으로써 그 자신이 보고 느끼는 현장의 상황을 여과 없이 전달할 수 있는 까닭이다.

 실재하는 풍경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으로 보이는 또 다른 요인은 색채이미지이다. 일출이나 일몰의 풍경은 역광이어서 하늘이나 구름을 제외한 풍경, 즉 산과 섬, 건물, 고깃배 등은 현실적인 색채를 잃고 어둡게 보인다. 어둡게 보이는 역광의 이미지에서 빛에 노출되는 부분은 한층 밝게 빛나게 된다. 이 부분에 원색적인 색채이미지가 깃들인다.

 자연현상인 일출과 일몰이 지어내는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색채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셈이다. 어두운 색과 밝은 색, 원색과 무채색 그리고 순색과 중간색의 대비가 만들어내는 극적인 색채이미지의 조합은 통영의 하늘과 바다에서 펼쳐지는 색채의 마술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애써 색채조합이라는 방법을 빌리지 않고 단지 자연현상을 흉내는 것만으로도 그처럼 아름다운 색채이미지가 만들어진다.

 해가 뜨기 직전과 해가 지고 난 직후에 일어나는 오묘하고 신비스러운 빛의 향연, 즉 ‘매직 아워’의 신비경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셈이다. 거의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빛의 신묘한 변화를 보면서 자연풍경을 비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는지 모른다. 하나의 자연현상을 두고도 눈으로 읽는 것과 마음으로 느끼는 것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의 그림이 환상적으로 보이는 것도 이에 연유한다.

 작품에 따라서는 하늘과 바다는 물론이요 산과 집들조차 붉은 색채 또는 그 기운이 가득하게 표현되고 있는데, 이는 역시 일몰 시간대의 빛이 하늘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풍경 모두를 붉게 물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의도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는 자연현상을 옮겨온 데 불과하다. 남다른 미적 감수성 및 미적 감각으로 자연을 관찰하고 통찰함으로써 그로부터 체득한 심미표현의 결과인 것이다.

 현실적으로 통영의 바다에 비치는 일출과 일몰의 빛은 여행객에게는 황홀한 경험이 될 수 있다. 물이 없는 곳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비현실적인 색채이미지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가 그림 속에 표현하는 것은 통영의 실상이 아니라 회화적인 환상이다. 최근 작업에서는 바닷물의 이미지가 매우 부드럽고 곱게 표현된다. 도무지 거친 파도를 연상할 수 없는 적요한 바다는 곱디고운 저녁놀에 한껏 취해 있는 듯싶다. 잔물결도 일지 않는 고요한 바다위에 화려한 원색의 저녁놀이 직설적으로 내려앉는가 하면 까무룩 사라지려는 태양의 빛이 밀려드는 땅거미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처럼 바닷물에 비치는 놀빛, 그 오묘하고 다채로운 색채이미지가 다름 아닌 회화적인 환상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는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를 버리는 대신에 미적 감흥을 중시하여 자연풍경과 마주했을 때 일어나는 표현 욕구를 그대로 캔버스에 펼쳐놓는다. 특정의 시간대에 만들어지는 빛과 색채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통영이라는 특유의 지형적인 여건 및 풍광을 아름답게 풀어낸다.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더불어 서정적인 정취 그리고 아련한 향수와 같은 정서가 포진한 풍경을 추구한다. 통영은 그의 조형세계를 살찌우는 비옥한 토양인 것이다.

자연현상 지어내는 색체의 마술에 걸린 통영풍경

​신 항섬(미술평론가)